2018년 3월 14일 수요일

빈티지자전거, 봄이 왔다

오늘 오후 20도가 넘은 날이다.
사전 교육으로 은평구에 갔다가 20여분을 걸어서 이동했다.
날씨가 좋은 날, 먼지가 없어서 봄을 만끽할 수 있었다.

이제 자전거를 더 자주 타야한다.

빈티지 자전거는 매력적이다.


timeless elegance of this vintage custom Riva


따릉이도 괜찮다. 
환경을 위해서라도 건강을 위해서라도 자전거를 타는 것이 현명한 것이다.


2018년 3월 12일 월요일

나의 고양이, 그리고 흰둥이 고양이의 죽음

사무실에 고양이 2마리가 자주 나타났다. 처음에 나타났던 고양이는 검은 새끼고양이였다. 2년전 겨울이 다가오는 시기였다. 사무실 뒤쪽 보일러실에서 고양이 소리가 나더니 어느날 고개를 빼꼼이 내밀고 사무실을 들여다 봤다.





처음 고양이를 대하는 것이라 어쩔 줄 몰라했다. 어릴때에 어떤 이유에선지 고양이하면 불길하고 무서운 존재로 느꼈다. 나이가 들면서 귀여운 고양이를 봐서 그런지 고양이가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고, 어쨌든 실물로 우리 사무실에 나타난 검은 새끼고양이도 못생긴건 아니었다. 추위가 다가오고 있어서 보일러실의 따듯한 온기를 찾아온 것 같았다. 저녁쯤엔 고양이 소리가 유독 커졌고, 다른 고양이 소리도 들렸다. 나중에 알게된 것은 어미 고양이가 새끼 고양이가 잘 있는지 불러내는 거였다.

낮동안 어미는 돌아다니면서 먹을 것을 찾으러 다니고 새끼는 보일러실에서 기다리는 것이었다. 그냥 가겠지 했는데 매일 나타나는 이놈들이 어색하기도 했고, 때론 뭔가 생명이 삭막한 지하실 사무실에서 나를 기다린다는 것에 조금 설레기도 했다.

몹시 춥던 겨울 초입에 고양이가 꼼짝도 안하고 눈물을 많이 흘리면서 한쪽눈이 엄청나게 부어 있었다. 뭔가 조치가 필요해보였다. 억지로 새끼 고양기를 유인해서 안약을 눈에 넣어줬고, 코감기도 엄청 심해, 인근 동물병원에 가서 약이라도 구해보려고 했다. 역시나 돈에 눈이먼 나쁜 놈들은 길고양이는 책임질 거 아니면 그냥 두세요라고 했다.

의사들도 돈에 눈이 멀어 있지만, 수의사들도 똑같았다. 딴에는 동물애호가인척 하지만 실상은 어떻게해서 더 빼먹을지 고민하는 놈들로 보였다. 기본은 상태가 어떤지 최소한 이정도는 해보란 것 정도의 마음이 진짜 동물에 대한 마음과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아니라도 수의사로서의 기본 마음가짐이 아닌가.

무튼 그렇게 해서 길고양이를 대상으로 기본적인 정보를 모아서 그 검은 새끼 고양이를 다음해 봄까지 관리해서 건강을 회복시켰다. 그렇게 있던 놈이 봄쯤에 다시 사라졌다. 뭐 이제 겨울을 이겨냈으니 스스로 생존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고양이는 나의 삶에서 사라졌다.

그래도 혹시나 밥을 못먹을 것 같아 남아 있던 사료들을 사무실 인근 구석진 곳에 뒀다. 다음날에 가보면 싹비워져 있었다. 그렇게 그냥 사료만 두고 고양이에 대해서 신경쓰진 않았다.

사라진 그 검은 새끼고양이가 먹고 가겠지 했다. 어느날 밤 사무실 뒤쪽에 고양이가 울어서 가봤더니 검은색 살찐 늙은 고양이, 딱봐도 검은 새끼고양이의 아빠고양이 같은 놈이 나를 보면서 울고 있었다. 이놈이 빈 밥그릇 앞에서 나에게 밥달라는 뉘앙스로 울고 있던 거였다. 그렇게 새로운 놈과 인연이 시작됐다. 이놈은 정기적으로 찾아와 밥을 달라고 울었고, 사람들도 무서워하지 않았다.







심하게 비가 오던 여름철 장마로 밥을 줄 수가 없었다. 한달여 공백이 있었다. 비가와서 사료를 놔둘 수 있는 공간이 없었고, 다른 지하주차장 쪽에 따로 밥을 놔뒀다. 그렇게 한달이 지난 후에 다시 사무실 쪽 창가에 사료를 뒀는데 이번엔 노란색의 늙은 고양이 놈이 나타났다. 이놈도 나를 두려워 하지않고 사료를 잘 먹고 나와 가끔 놀기도 했다.

그러다 흰새끼고양이가 다시 지난해 겨울 초입에 나타났다. 이놈은 성깔도 있어보이게 생겼고, 2년전 검은 새끼고양이처럼 보일러실을 왔다갔다 하면서 석고밴드를 발톱으로 다 긁어 부셔놓기도 했다.

누렁이아빠고양이와 이놈이 자주 출몰하면서 사료도 많이 소모해야 했다. 흰 새끼고양이는 밥을 줘도 나에게 으르렁 거리고, 나를 진짜 집사보듯 아니 약올리듯 가지고 놀았다. 깐죽되는 놈이었다.

누렁이아빠 고양이에게 밥을 주면 지가 다 뺃어 먹는 놈,, 그렇게 그놈과 애증의 관계를 이어갔다. 누렁이 아빠는 할아버지처럼 느릿느릿 왔다가 밥만먹고 사라지고, 이 흰둥이 새끼는 깐죽되면서 사무실 보일러실에서 시끄럽게 놀았다. 밥때가 되면 밥달라고 때를 쓰듯 울기도 했고, 가끔 내가 밥을 주려고 창문을 열면 내 손을 할퀴기도 했다. 그래서 이놈과 가끔 자로 싸우기도 했다. 아빠 고양이처럼 얌전하게 밥을 먹지 않아서 새끼고양이는 밥을 나중에 약올리듯 주기도 했다.

깜빡하고 설연휴에 사료를 사지 못해, 참치를 물로 씻어 주기까지 했던 새끼고양이 놈이다. 얄밉기도 했지만 그래도 챙겨주는 관계로 유지되던 우리 관계가 갑작스럽게 끝이 났다.




이주전에 보일러실에 이놈이 있나 봤더니 바닥에 처박혀 누워있었다. 이놈이 지난번에도 한번 장난치다 떨어진 적이 있어서, 살짝 불러봤는데 꼼짝도 하지않는다. 뭔가 느낌이 이상했다. 그래도 사나운 놈이라 조금 더 시간을 두고 관찰했는데 뭔가 달랐다. 움직임도 약하고, 숨도 가파했다.

힘겹게 꺼낸 흰둥이, 5달정도 이난 이놈은 더 이상 새끼가 아니라 청년고양이었다. 그런데 너무 연약했고, 아파보였고 움직임이 약했다. 사무실 구석에 살짝 뉘었는데 숨을 가쁘게 쉬다가 결국 움직이지 않았다. 처음 고양이의 죽음을 목격했다. 이놈이 왜 죽었는지,,, 누가 나쁜 약을 둔건지, 아니면 지병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고양이 죽음으로 뭔가 생기가 싹 사라진 느낌이었다. 맨날 이놈이 밥달라고 사납게 울고, 창문앞에서 몰래 기다렸다 내손을 할퀴던 놈이 사라진 사무실은 더 고요한 느낌이었다.

고양이는 묻어줄 수도 없어 헝겁에 싸 종량제봉투에 담겨 버려졌다. tv에서 가끔 애완동물의 장례식 얘기가 나오는데 이놈을 헝겁에 싸 굳어버린 몸을 비닐에 넣었던 기분을 잊을 수가 없다. 아빠 누렁이는 오늘도 찾아왔다. 밥을 먹고, 새끼 고양이의 부재를 확인하는지 내가 있는 곳이 아니라 구석을 향해 몇번 야옹, 야옹 거린다. 그리고 냄새를 맡아본다. 이놈은 작은 고양이가 사라진 것이 걱정인듯하다.

흰둥이 고양이가 다음 생에서는 부잣집에서 호강하는 놈으로 환생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