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2월 28일 수요일

분노, 성찰, 용서에 관한 영화 쓰리빌보드

영화 쓰리빌보드(원제 :Three Billboards Outside Ebbing, Missouri, 2017)는 딸을 잃은 어머니의 분노에 관한 영화이다. 이 영화는 대중영화는 아니다. 우리 관객들도 그렇게 열광할 수 없을 것이다. 2018년 골든글로브의 작품상 수상, 아카데미의 작품상 및 주연상 후보로 알려지면서 대중의 관심은 끌겠지만 실제적인 극장 유입은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그럼에도 영화를 어느정도 이해하고 대중영화의 가벼움에 실증난 관객들은 어떤 이유로 이 영화에 세계가 찬사를 보내는지 궁금해 할 수 있다. 나도 대중 영화를 좋아하지만 이런 유의 영화에 관심이 있다.

영화의 주제는 너무나 뻔한 듯하다. 수도 없이 가족과 딸(자식)에 대한 죽음에 대한 복수를 소재로 영화와 드라마가 만들어졌다. 이 영화의 작품성은 그런 뻔한 이야기를 새롭게 접근한 것에 있다.


영화는 자세한 설명도 없이 딸의 죽음에 대한 분노를 가진 어머니(밀레드)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어머니는 딸을 강간당하고, 불에타 죽인 범인을 잡는 것에 대해 지역의 경찰들이 무능한 것이 화가난다. 처음 영화를 보는 관객은 어머니가 딸에 대한 애정이 대단한 것이라고 여길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되는 것은 밀레드 역시 보통 어머니처럼 사춘기 딸과 사이가 좋지않고, 전 남편에 대한 분노를 가진 이혼녀일 뿐이다. 딸과 평범하게 싸우고 딸이 차를 빌려달라는 것을 거절한 그날 딸은 잔인하게 죽게 된 것이다.

밀레드는 범인이 잡히지 않은 것에 대한 분노를 집앞에 있는 낡아빠진 빌보드 3개에 광고로 풀어본다. 자신의 딸이 잔인하게 죽은 것과 그것에 대한 지역 경찰의 무능함을 광고한 것이다.

그 광고는 지역사회에 파장을 일으키고, 마침 지역경찰 서장은 췌장암에 걸려 있다. 죽을 날이 얼마남지 않은 그는 자신에 대한 비난을 피하고 싶지만, 밀레드의 분노를 잘 이해할 수도 있다. 그는 밀레드의 분노에 자신도 분노하지만 밀레드의 마음을 이해하고, 암에 걸린 자신의 나약함을 인정할 수 없다. 결국 자살을 선택하고 그런 그의 결정은 그를 믿고 따르는 부하에게 밀레드에 대한 분노를 낳는다.



분노와 용서에 대한 영화라고 생각된다.

딸에 대한 무책임함을 용서할 수 없는 밀레드는 딸의 죽음을 밝히지 못하는 경찰과 지역사회에 분노하고,

췌장암으로 죽어가는 경찰서장은 자신에게 닥친 경찰로서의 명예와 죽어가는 자신의 암에 대한 분노를 낳는다. 하지만 이 경찰서장은 가장 먼저 용서를 선택한다. 어쩔 수 없는 죽음에 대해, 그리고 밀레드의 분노에 대해, 자신이 다음달 광고를 지급하는 것으로 용서한다.


서장(빌)을 따르던 충직한 부하 제이슨은 빌을 죽게한 것이 밀레드의 빌보드 광고라고 생각하고 밀레드에 대한 분노, 그리고 자신의 정체성(명확하진 않지만 동성에게 끌리는 그의 불안함)을 흔드는 빌보드 광고 대행사 사장 레드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빌보드에 불까지 지른다. 그리고 해고까지 당한다. 분노는 극에 달하게 만든다.

광고대행사 사장 레드의 캐릭터도 흥미롭다. 영화감독은 치밀하게 이런 캐릭터도 만들어서 용서라는 시퀀스를 보여줬다. 제이슨에게 두들겨 맞고, 2층 사무실에서 던져지기까지 했던 그는 제이슨이 화상을 입고 병원에 실려와서 용서를 구하자 오렌지 쥬스로 그 용서에 답한다. 디테일!

경찰서장의 자살로 지역사회에서 밀레드의 빌보드 광고로 그가 자살하게 했다는 여론까지 더해져 힘들고, 제이슨이 빌보드에 불까지 저지른 상황으로 밀레드 역시 분노가 극에 달한다. 광대대행사 사장이 다친것까지 전해들었던 그는 경찰서에 불을 저지르고, 마침 몰래 들어와 물건을 챙기던 제이슨은 자살한 경찰서장의 애정어린 편지를 보다가 큰 화상을 입으면서도, 밀레드 딸의 사건 파일을 챙겨 나온다.


연결고리가 하나둘씨 분노에서 용서와 이해로 넘어가는 과정...

여느 영화들처럼 딸을 해친 나쁜 악당을 잡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건 너무 영화같고 작위적인 것이다. 영리한 감독은 어느정도의 범인 미끼도 준비하고, 관객들에게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가지게 만든다.

그렇지만 절대 기대한 것과 다른 결과로 영화의 완성도를 잘 유지한다.

전남편과 최고미드 왕좌의 게임 난장이 피터 딘클리지에 대한 극에서의 설정은 조금 더 연구해봐야겠다.



한번에 휙 오는 그런 대중영화는 아니다. 그렇지만 곱씹어 보면서 공감할 수 있는 좋은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오랜만에 좋은 영화라고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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