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 28일 일요일

겨울 한강 자전거타기

올해 들어서 주말에 시간이 나는 경우가 없었다. 주말에는 꼭 자전거를 타고 한강까지 나가는 것이 일반적인 주말의 행사였다. 보통 한시간 정도면 왕복이 가능한 거리.

오늘 오랜만에 주말에 시간이 생겼다. 날씨도 영하 10이하로 떨어지지도 않았다. 영하 3도 정도 였다. 그래도 자전거 타기에는 괜찮다고 생각했다. 장갑을 끼고 온을 무장하고, 신발을 싣고, 폴딩자전거를 탔다. 자전거가 4대 정도 더 있지만 오늘 집에 있는게 이 자전거 뿐이라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이 자전거는 내가 자전거에 빠지게 만들어준 소중한 놈이다. 아직도 쌩쌩 잘 달린다. 

오분정도 라이딩을 하니 손이 시리기 시작한다. 신발도 괜히 단화를 싣었다. 부츠를 싣었으면 덜 했을 것 같았다. 그래도 다시 돌아가서 무장하기도 괜찮았다. 오늘따라 신호도 잘 맞아 떨어진다. 횡단보도도 내가 도착할 때쯤 딱딱 변해서 쉽게 자전거 전용 도로까지 나아갔다. 



도림천 일대에 도착하면 안전하게 자전거 도로가 잘 나있다. 보라매공원을 지나는데 추위 때문인지 나와서 산책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애견 놀이터도 굳게 잠겨있다. 

작은 도림천도 얼음이 얼어서 지난주의 추위가 그대로다. 20분정도 라이딩을 하니 손가락이 더 시려온다. 발가락도 더 심해진다. 그렇다고 여기까지 나와서 돌아가기에는 자존심이 상한다. 추위 속에 라이딩의 경험도 인생에서 몇번이나 체험할까 생각한다. 인생에서 남는 것은 경험과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더 심한 추위 속에서 생업을 위해서 그리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사람들은 노력하고 인내한다. 나도 거창한 목표를 가진 것은 아니다. 평창올림에 나갈 것도 없고 내가 여기서 복귀한다고 해서 비웃을 사람도 없다. 그래도 뭔가 일요일 추위 속에서 내 스스로가 도전하고 인내할 임무가 생긴것에 책임감을 느낀다. 이시간 시험을 보기 위해 긴장하는 한 사람도 있다. 그 사람도 뭔가 얻어내기 위해 준비하고 도전하고 있다. 그 결과야 어찌되었던 도전하는 사람들, 성취하기 위해 노력하는 분들을 떠올린다. 나도 따뜻한 이불 속에 쉽게 돌아가는 것은 하루를 낭비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건강이 나쁜 것도, 잠깐 나와서 한시간도 아닌 시간에 내 발과 몸이 동상에 걸릴 일도 없다고 이성적인 예측도 했다. 그래서 묵묵하게 페달을 밟고 또 밟았다. 손이 시리고, 발가락의 감각이 이상해 질 수록 더 빨리 페달을 돌렸다. 자전거가 작은 것에 괜히 화가 난다. 사십분이 넘어도 아직 한강 합수부가 보이질 않는다. 로드 자전거나 픽시, 투어링 자전거였다면 벌써 도착했을 것이다. 


그래도 저기 코너를 돌고, 조금 더 가면 목적지가 있다는 기대감에 쉽게 포기는 하고 싶지않다. 사람들은 고통과 좌절에도 그 끝을 예측할 수 있다면 견딜 수 있다. 군대의 시간도 정확한 제대일자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산을 오르는 사람들, 금메달에 도전하는 사람들도 정산과 경기의 일정을 알기 때문에 그 순간까지 최고의 노력과 컨디션을 위에 스스로를 단련시킨다. 

추위를 이겨내면서 생각한 것이다. 내가 얼마나 나태해졌는지, 최근 어떠 도전을 하고 어떨 노력을 했는지 생각한다. 한강 합수부에도 얼음이 얼어있다. 그리고 내가 처음 생각한 목적지가 보인다. 
발가락의 감각이 사라졌다. 도착해서 자전거의 안장에 내려 발가락을 꼼지락 거려본다. 해드폰으로 인증샷을 찍고, 시험을 기다리는 사람을 위해 한강의 추위에 이겨낸 나의 노력으로 기도를 해본다. 



잘 될 것이다. 내가 이 추위를 이겨내며 여기에 온 것처럼 오늘 도전하는 사람도 그 결과야 어찌되든 느끼고 배우고 성장한 것이 있을 것이다. 후회 없는 시간을 치루길 바랬다. 
핸드폰으로 사진을 더 찍으려고 했는데 아이폰의 배터리가 나간다. 제갈 애플 놈들! 

음악도 못듣고 빨리 집으로 복귀하는 것이 최선이다. 사진도 없다. 복귀하는 동안은 음악도 듣지 못해, 한강의 바람소리를 들었다. 몇몇 라이더들도 열심히 자전거를 타고 있다. 세상은 경험하지 않고 나와보질 않으면 이런 사람들을 만날 수 없다. 노력하고 도전하는 사람들을 주위에 많이 둬야 자극이 된다. 나도 성장할 수 있다. 



집까지 무사히 도착했다. 발가락이 무감각하다. 뜨거운 물에 녹이고 샤워를 하니 개운하다. 
총 소요시간은 1시간40분 오랜만에 자전거를 타니 기분이 좋다. 

더 자주 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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